week&CoverStory] 실연 이기는 마법의 주문
[중앙일보 2006-11-03 09:48]    

[중앙일보 이나리.홍주연] '실연; 연애에 실패함'. 사전적 의미는 이렇지만 보통 '차였다'는 뜻으로 쓰인다. 강요당한 헤어짐인 만큼 상처도 깊을 수밖에.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실연 역시 이별, 정확히는 애정 박탈의 한 형태일 뿐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실연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고, 우울증에 걸리고, 스토커가 돼버렸다면 이는 단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다른 많은 문제와 마찬가지로 답은 내 안에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퀴블러 로즈 박사는 "애착을 박탈당한 사람은 다섯 가지 감정 단계를 겪는다"고 했다. '분노→부정→타협→우울→수용'이 그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실연이나 이혼, 사별 뒤 끝 모를 분노와 현실 부정에 시달리고 있다면 이는 지극히 정상이다. 여러 권의 심리치료서를 펴낸 김혜남 신경정신과 원장은 "오히려 분노와 부정의 감정을 충분히, 더 깊이 체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죄의식과 피해의식, 성인으로서의 판단력을 잃은 듯한 느낌마저도 치유를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 이를 심리학에서는 '애도 과정'이라고 부른다.

오히려 문제는 이런 감정들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한 채 다양한 방법으로 회피하는 경우다. 무분별하게 새 사람을 만나거나, 감정을 마비시켜 버리거나 지나칠 만큼 유쾌한 모습을 보이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연애 칼럼니스트 김낭씨는 "실연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고 말한다. "남성은 자기파괴적 모습을 많이 보이는 반면 여성은 '더 나은 나'나 '더 나은 남자'에 집착하는 편"이라고 한다. 하지현(신경정신과)건국대 의대 교수는 "남성은 애인을 자기 소유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실연을 당하면 상처난 자존심 때문에 몹시 괴로워한다"고 했다. 그와 달리 여성은 남성을 의지처로 여기는 터라 자신을 좀 더 '괜찮은 여자'로 업그레이드 해 남자 친구까지도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몰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녀 간의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실연 극복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성격이다. 자아가 단단하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실연의 시련도 비교적 무난히 넘긴다. 하지만 자기애가 너무 강하면 오히려 해가 된다. 김혜남 원장은 "요즘엔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차이다니' '이 정도 문제를 쿨하게 처리 못하다니' 하며 병원을 찾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김 원장은 "이는 나르시즘의 대표적 특징"이라며 "상대의 감정에 공감할 줄 모르고 자신의 감정에도 솔직하지 못한 이들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연을 무난히 극복하려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란 믿음을 갖고 ▶한 번 실패는 영원한 실패라는 생각에서 놓여나며 ▶누구의 잘못도 아닌, 서로 달라 헤어졌을 뿐이란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친구.가족 등 맘 터놓고 대화를 나누며 위로 받을 수 있는 이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심한 우울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잠을 자지 못하며 ▶급격한 체중 변화 등 신체 이상 증상마저 찾아올 때는 신경정신과나 심리치료사를 찾는 것이 좋다.

이나리.홍주연 기자 windy@joongang.co.kr

◆ 사랑이 떠나간 뒤

남자 폭음.욕설.삭발 … 자기 파괴적 반응 여자 성형.다이어트 … 더 잘난 남자 낚기

*** 남자 반응

■그녀의 새 애인에게 전화했다. 그녀와 있었던 일을 다 말했다. 얼마 뒤 그녀가 "새 애인에게 차였다"며 울면서 전화했다(jhapple33).

■매일 술을 마셨다. 자다가 길거리에서 발견된 것도 여러 번. 구급차에 실려간 적도 있다(susu0909).


■바쁜 게 나을 듯 해 택시 기사로 취직했다. 어이없게도 그녀가 내 택시에 탔다. 목적지를 못 알아들은 척 하고 엉뚱한 곳에 내려줬다(smtonb).

■머리를 삭발했다. 친구 휴대전화 번호로 욕설 담긴 문자도 보냈다. 그녀가 고소한다기에 싹싹 빌었다(m1beetle).

*** 여자 반응

■안경 쓰고 단발머리였던 나. 쌍꺼풀 만들고 피부 관리도 받았다. 동창회에서 만난 옛 애인, "다시 사귀자"고 다가왔다(helios1206).

■확실하게 변하고 싶어 다이어트 클리닉에 등록했다. 내가 봐도 멋지게 변신했다. "너, 실수한 거야!"(xyxx11)

■처음엔 술 마시고 울기만 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죽도록 공부했다. 원하던 자격증을 땄고 자신감도 회복했다(sun1378).

■내가 멋진 여자가 되면 애인이 돌아올까, 다이어트에 화장까지 세게 했다. 블로그엔 잘생긴 남자 동창과 찍은 사진도 올렸다. 옛 애인한테서 "요즘 행복하니?"라는 문자가 날아왔다(5148).

자료=팟찌닷컴(www.patzzi.com)네티즌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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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xng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