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ls & St. Paul'에 해당되는 글 40건

  1. 2009.06.27 D-5
  2. 2009.06.18 Money Ball
  3. 2009.06.09 Things to miss in MN
  4. 2009.04.30 miscellaneous 2
  5. 2009.03.12 Twitter 장착
  6. 2009.02.28 Two Gentlemen of Verona - Guthrie Theater
  7. 2009.02.22 Minnesota Timberwolves - NBA 경기를 가다
  8. 2009.02.01 Super Bowl 2009 & Hines Ward는 정말 유명한가? 2
  9. 2009.01.04 Vikings Game + 목장모임 사진들 2
  10. 2008.12.31 영화들!

D-5

2009. 6. 27. 13:33 from Mpls & St. Paul
- 2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5일 남았습니다.
- 미네소타에도 여름이 와서, 낮에는 매우 더워요. 특히 햇볕이 쨍쩅
- 하루하루 여유있게 이거저거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여유만만
- 머무르고 있는 집에 밥솥이 없어서 밥을 못먹고 있습니다
- 차도 팔고 은행도 해결하고 이거저거 해결해야 할 문제도 거의 다 해결했습니다
- 심심할 쯤엔 주위 사람들이 불러줘서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는 시간 보내고 있어요
- 한국에 돌아가면 또 좋은일들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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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Ball

2009. 6. 18. 12:19 from Mpls & St. Paul

<머니볼>

2009.06.15
글. 강명석 (two@10asia.co.kr)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야구를 시도한다. 기존의 야구 전문가들은 더 세게 던지고, 더 빨리 던지고, 더 잘 잡는 선수를 선호한 반면, 빌리 빈은 그런 것들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대신 그는 철저한 통계를 바탕으로 타자가 얼마나 끈기 있게 볼을 보고 공을 골라내는가, 투수가 얼마나 삼진을 많이 잡아낼 수 있는가 같은 것들에 주목했다. 그가 단장으로 부임한 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2000년대 내내 뉴욕 양키즈의 1/3 정도의 연봉으로 플레이오프에 꾸준히 진출하는 강팀이 됐고, 출루율과 장타율, 그리고 그 합산인 OPS처럼 그가 중요시한 몇몇 통계들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수치들이 됐다. 빌리 빈은 기존의 전문가들이 경험과 관행, 혹은 권위 등으로 만들어낸 모든 야구 이론을 의심한 뒤, 과학적인 증거 수집과 증명의 과정을 통해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그래서 <머니볼>의 부제는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이고, 야구계를 넘어 미국 사회 전체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우리는 흔히 ‘현장 전문가’들의 말을 지나치게 쉽게 믿는다. 물론 그들이 일반인들보다 많이 아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직접 확인해보지 않는 이상, 그들의 말이 정답일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들의 말은 진실일 수도 있지만, 때론 관행에서, 한정된 경험에서, 혹은 이해관계에서 한 것일 수도 있다. 한 정치가가 우리나라의 빈부격차가 줄어들었다고 말할 때, 그것이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이지 확인하지 않은 채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특히 <머니볼>에서 빌리 빈의 이론에 토대를 제시해준 것 역시 기존 전문가들이 아니라 야구를 통계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새로운 마니아 집단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때론 진실은, 그리고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현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대중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의심하고, 증명해라. 그러면 세상은 ‘관행’과 ‘경험’과 ‘권위’로 움직이던 시절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



일단 우리나라에 변역본이 있는지 잘 몰랐으나, 야구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을 들어봤을법한 책인 '머니볼'을 지금(이제서야!) 읽고 있습니다. 뭐 그렇게 읽기에 쉬운 책은 아니네요 - 종종 어려운 단어들과 표현이 퍽퍽 튀어나와서 - 내용은 대강 아는 그대로입니다. 이 책의 핵심은 '기존의 질서를 새롭게 보기' 가 아닐까요? 좀 더 generalizing하게 주제를 본다면 말이지요. 물론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어려우나, 다른 어떤 일들도 기존의 관행과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법으로 분석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겠지요. 뭐 여기까지만 보면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으나.

이 책의 본 주제인 '야구'만으로 좁혀서 본다면 현재 오클랜드의 성적이 그다지 좋지도 않고, 책에도 나오는 머니볼의 수제자 폴 디포데스타는 다저스의 GM으로 옮겨가서 1년만에 짤립니다. 내용도 좋지 않게 짤렸는데, 머니볼 한답시고 다저시 가서 양키스 뺨치는 머니게임을 했던 것이지요. (폴 디포데스타가 선구안이 그렇게 않좋은 최희섭의 후원자였다는 사실. 디포데스타가 GM에서 짤리면서 최희섭도 아웃되엇지요)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보편화된 세이버매트리션들이 이런저런 공식들로 야구를 객관화시키는데, 이런 노력들이 '진짜 옳은 길' 인건지 '새로운 시도' 여서 의미가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새로운 시도여서 가치가 있다면, 세이버매트릭스가 한물 간 tool이 되는 시점에서는 이 방법론을 또 버려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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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gs to miss in MN

2009. 6. 9. 10:56 from Mpls & St. Paul

가족여행에서 돌아온 뒤로는 '썰렁한' 미네소타의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많이들 떠나서 썰렁하기도 하지만 진짜 날씨도 썰렁하네요. 무슨 한국의 장마철마냥 맨날 비가 오네요. 저야 안더워서 좋긴 하지만,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여기를 뜨면 뭐가 그리울까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1. 안 더운 날씨
미네소타가 춥네 마네 남들은 그러지만, 저는 안더운 여기 날씨가 너무나 좋습니다. 물론 여름엔 덥지만 딱히 나가있을 일이 운동할 때 빼고는 많지 않으니 별 상관없구요. 적어도 방에는 공짜 에어콘이 펑펑 나오니까 그것도 좋지요. 겨울도 담배필 때를 빼곤 항상 실내 혹은 차안에 있게 되니 추우면 춥나부다 하는거지요. 섭씨 0도건 화씨 0도건 추우면 안나가고 집에 있는건 서울이나 여기나 매한가지니까요, 별 불편함도 없지요. 한국의 사우나 더위보다는 여기가 100배 좋아요.

2. 맑은 공기
평소에 '도시형 인간' 이라 자부하고 있었으나, 역시 맑은 공기가 좋긴 좋네요. 일단 먼지가 적어서 좋습니다.

3. 여유
이건 대도시가 아니여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으나,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모두 여유가 있고 따라서 예의도 있습니다. 서울사람들이 죄다 몰상식하고 똥매너인건 여유가 없어서 그런거겠지요, 맨날 바쁘고 빨리빨리만 하다보니까 솔직히 제대로 되는건 별로 없고 빡빡함만 남게 될 테니까요.

4. Grocery - 슈퍼마켓
내가 무슨 살림꾼은 아니지만, 살 수 있는게 한없이 늘어져 있는 슈퍼마켓은 왠지 여기서 사는게 좋은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정작 살 수 있는거나, 사서 좋은건 많지 않지만 일단 그 상품의 양적인 면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지요.

5. ESPN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ESPN은 정말 꿈같은 채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도 MBC-ESPN이 있지만 그건 그냥 스포츠 중계만을 전문으로 하는 채널이고, 여기 ESPN은 정말 별의별 것을 다 합니다. 그만큼 스포츠에 대한 저변이 넓어서 그런 걸수도 있겠습니다만... 단순한 경기 중계 예고 하나를 만들어도 뭔가 다릅니다. 정말 스포츠 광들만 모여있는 방송국인듯.

6. Pandora.com
우리나라도 판도라 같은 사이트가 있나요? 없을듯? 자기의 음악취향을 적절히 선택만 해 준다면 하루종일 그런 류의 음악들만 들을 수 있는 인터넷라디오 사이트인데, 미국 외에는 사용불가하다네요. 한국 가면 이거 못쓴다는게 정말 아쉬울 듯 합니다.

7. Liquor stores
비롯 그다지 술을 많이 좋아하진 않지만, 술가게에 있는 수많은 종류의 술들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다는 거지요. 저기에 있는 술들을 내 일생을 통해 한번씩이라도 다 맛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술 선택이 아주 뻔한데 비해 여기는 정말 수많은 선택의 가짓수가 있다는 게 참 좋아보입니다.

8. IKEA
일본에도 중국에도 대만에도 있는 IEKA가 왜 한국에는 없냐는 거죠. 우리나라에 보따리 장수들이 사들고 들어간 몇몇 제품이 있는거 같긴 한데, 사실 IKEA는 싼맛에 사서 쓰는 조립식 일회용 가구인데 그걸 비싸게 돈주고 사는건 이상한 짓이라구요. 게다가 몇몇 '환경을 사랑하는' 미쿡인들은 IKEA가 환경친화적인 가구가 아니라고 매우 싫어하더라구요.

9. Rockband
거의 매주말 Kurt네 집에서 즐기던 Rockband, 우리나라엔 정식수입 안된걸로 알고있는데요. 노래들이 정말 미국애들이 좋아할 Classic Rock들이 주로 있기 때문에 수입이 안된듯 합니다만 같은 이유때문에 저는 아주 좋다는 거지요. (나이 먹어갈수록 제플린같은 클래식 락음악이 좋아지네요) 한국에서 친구들 모여서 이거 같이하면 정말 재미있을 거 같은데 말이죠.

딱 생각나는건 이정도네요. 미국에 온 한국사람들에게는 '처음 도착한 곳이 고향' 이라고 합니다. 저도 미국에서의 고향이 미네소타가 되었으니, 딴 것보다 스포츠 볼 때 연고지가 생겨서 그건 참 좋네요. 이제 평생토록 응원할 팀이 생겼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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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

2009. 4. 30. 10:41 from Mpls & St. Paul

- 다음주면 CBE project도, 시험들도 모두 끝납니다. 남들은 MBA 마지막 학기에 여유있게 골프치고 여행다니고 한다는데 저는 뭐 다른 학기랑 거의 다름이 없네요. 물론 '절대 시간' 자체는 널럴할 수 있겠는데 (수업 달랑 2개에 CBE밖에 없으니) 돌아다니는 건 저번학기랑 비슷하니... 저번학기를 날림으로 보낸건지, 이번학기를 너무 빡세게 보내는건지. 둘 다 아닌거 같습니다만.

- 어제는 Minneapolis downtown의 유명한 공연장/술집/클럽 중 하나인 First Avenue에 가서 Franz Ferdinand의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내가 '미국와서 공연을 하나도 못봤다.' 고 했다가 kurt가 그럼 이거 가자 해서, Kurt와 Erica, Dupee와 Britni 이렇게 다섯명이서 다녀왔습니다. Franz Ferdinand의 명성에 비하면 First Avenue란 공연장은 좀 작은 클럽에 불과하지만, 그런만큼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Franz Ferdinand - Alex Kapranos by Ben Zvan

한국에서 이런 공연 했으면 다 죽었을 텐데, 얘네들은 생각보다 얌전하더라구요. 괜히 '한국 관객은 엄청 열광적이다' 고 하는게 아니였습니다. 어쨌든, Franz Ferdinand는 아주 멋졌습니다. Do you want to - Take me out - Ulysses 3개의 히트곡을 그냥 이여서 달려버리더군요. 막판에는 신디사이저를 가지고 아방가르드한 무대를 연출했습니다. (솔직히 이번에 새로나온 신보를 제대로 안들어봐서 모르지만, 신디사이저를 많이 쓴 거 같더라구요) 드럼 한대를 멤버 4명과 로디 2명까지 붙어서 6명이 때리질 않나, 기타 가지고 긁다가 던졌다가 돌렸다가.... 뭐 하여튼, 멋진 무대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잘 안가는 클럽공연을 간 것도 좋았구요. 그런 공연장 참 좋아보이더라구요. 글구 이날은 맨 앞줄 스피커 바로 앞에 있었답니다. 덕분에 아직도 귀가 웅 하고 울려서 가뜩이나 나쁜 귀 더더욱 안들리고 있습니다.

- 저번 주말에는 소심한 미국친구들 - Mike & Mike, 그리고 Justin 과 함께 소주를 마시며 포커를 쳣습니다.

한국의 소주따는 법을 가르쳐줬더니 이러고 있다



소주 안주랍시고 계란말이를 만들어서 갔는데, 이게 오믈렛이랑 거의 비슷한 음식인데 다만 파가 들어갔다는게 신기한가 봅니다. 파랑 베이컨 작게 썰어서 넣고 만든건데, 뭐 하여튼 잘들 먹어주더라구요.
다음에 베가스 가게되면 꼭 테이블에 앉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답니다.

- 요즘 한창 NBA playoff가 진행중인데, 그냥 숙제 / project / 책 보면서도 TV는 소리죽이고 그냥 틀어놓습니다. 근데 정말 이번 playoff는 흥미진진한듯 한데요, 특히 시카고와 보스턴의 경기가 아주 박빙이네요. 데릭 로즈는 진짜 대박인듯. 글구 하인릭은 좀 팀버울브즈로 와 주었으면 하네요. 괜히 거기서 벤치멤버 하지 말고...

- 한국가기 전에 뭐를 사가야 좋을까 고민중입니다. 뭐가 좋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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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tter 장착

2009. 3. 12. 11:01 from Mpls & St. Paul

Tistory 위젯으로 Twitter를 넣었습니다. 미국에서 한창 인기라는 Twitter인데, '한 줄 블로그' 정도랄까요, 아니면 문자메세지를 통한 '실시간 자기정보 알림 및 공유' 랄까요. Twitter는 한번에 쓸 수 있는 글자가 140자로 제한됩니다. 딱 문자메세지 수준이지요.

우리나라도 미투데이라고 똑같은 서비스가 있다고 하네요.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치면 좌측의 인사말 정도가 되겠네요. 한가지 작은 기능만을 떼어서 독립적인 서비스를 하는 것이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참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아이디어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거 참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데에서 찾은 기발한 아이디어인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곧 인기를 끌까요? 글쎄요, 미국은 텍스트 기반의 문화가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어서 Twitter의 짧은 메세지가 힘을 얻는다면 우리나라는 그림, 음악 등 시청각스러운 정보들이 훨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짧은 문자를 보내더라도 각종 이모티콘을 씀으로써 본인의 감정으로 훨씬 잘 표현한다고들 생각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만큼 우리말이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데 부족할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리기도 하구요, 아니면 우리말 교육들을 잘 못받은건지 책들을 안읽어서 그런건지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별로여서 그렇다는 걸로 들리기도 하구요. 그래서 미니홈피가 음악 깔고 스킨 입히고 사진 올리고 대신에 게시판 같은건 없앤 것들이 많은지도 모르죠. 

하여튼, Twitter를 깔았다는 겁니다. 요즘 미국 celebrity들도 많이 쓰기 때문에 그양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려면 알 수도 있습니다. 딱히 그렇게 자세히 알고픈 celebrity는....요즘은 없네요.

 
ps. Twittering에 관한 잼있는 동영상입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는게...블로그 (혹은 트위터) 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집착하는 사람은 사실은 친구가 없으니 시간이 너무 많아서 저짓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거죠. 싸이월드도 마찬가지고, 핸드폰 문자질도 마찬가지고.
뭐 꼭 다 그런건 아니겠습니다만, 인생의 스타일이 다를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exhibitionists' 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얼마나 많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Twitter는 좋은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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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아폴리스 다운타운 근방에 있는, 아주 희한하게 생긴 위의 건물이 바로 Guthrie Theater라는 연극 전용 극장입니다. 쟝 누벨이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위의 건물은 겉도 멋있고, 속도 멋있고, 안에서 본 미네아폴리스 경관도 멋있는 곳이라 해서 언젠가는 한번 가 볼려고 했었는데 오늘 밤에 갔다 왔네요. Kurt와 Erica, 그리고 Kurt 친구인 Dupee와 여친 Britni 합쳐서 다섯명이서 Guthrie Theater에서 공연하는 Two Gentlemen of Verona라는 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연극 쪽에는 거의 관심이 없기 때문에 무식하지만, Two Gentlemen of Verona - 베로나의 두 신사 - 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라 캅니다. 베로나의 두 신사가 사랑이냐 우정이냐 뭐 그런 주제를 가지고 하는 연극인데, 배경을 1950년대 미국으로 바꿔서 진행됩니다. 특이한 점은 연극 전체가 하나의 라이브 TV 쇼처럼 진행이 되며, 두 대의 1950년대 풍의 카메라가 배우들의 연기를 진짜 TV 드라마처럼 보여줍니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연기도 보면서 화면에 비친 TV쇼도 같이 보는 셈이지요. 물론 대사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대사이기 때문에 거의 다 못알아듣게 되며 - Erica도 하나도 못알아듣겠다고 짜증을 냈답니다 - 대강의 내용을 눈짐작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잘 알아듣지도 못했기 때문에 중간중간 좀 힘들었지만 (쉬는시간 포함해서 3시간짜리 연극) 어쨌든 간만에 본 연극이라 최대한 재미있게 보려고 노력했답니다 ^^. Kurt는 자기는 셰익스피어 희곡을 읽는 걸 좋아한다면서, 이런 류의 연극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영어권 애들한테 셰익스피어는 당연히 읽어야 할 클래식이겠지요. 영문학에 관심이 3g도 없는 내가 봐도 모든 대사를 시로 만들어버린 셰익스피어는 정말로 대단하고, 그 장황한 표현들이 처음엔 거북하지만 계속 보다보면 이건 뭐 천재도 이런 천재가 없구나 싶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구 보니 마지막으로 본 연극스런 것이 2005년 연대 노천극장에서 본 '한여름밤의 꿈' 이였더라구요. 대학교 1학년때(1995년!!) 본 한여름밤의 꿈이 되게 재미있어서 2005년 다시 갔던건데, 2005년꺼는 무지 재미없었습니다. 연대 축제때 동문들이 5년마다 모여서 하는 연극인데, 무릇 대학생이라면 애인 데리고 한번 쯤 가 볼만한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2005년처럼 재미 없다면 좀 그렇겠지만.
 


다시 Guthrie Theater로 돌아가서, 여긴 진짜 연극만을 위한 (뭐 가끔 다른것도 하는 거 같지만) 공연장이라 합니다. 안에도 죄다 연극과 관련된 것들로 꽉 차있는데요, 사진기를 가져갔으나 이래저래 하여 직접 사진은 한장도 못찍고 왔습니다. 안에 식당도 있고 건축물 투어도 있으니 한번정도 더 가볼만한 곳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보는 미네아폴리스의 야경도 참 감칠맛 나더군요. 이 건물은 모 잡지가 뽑은 21세기 최고의 건축물 탑 10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저 앞으로 툭 튀어나온 곳도 특이하고, 건물 전체가 어떻게 보면 장난친 습작을 진짜로 만들어버린 것 같은 느낌마저 갖게 합니다. 참, 미네아폴리스는 뉴욕의 브로드웨이 못지 않은 연극의 도시라고 하네요. 앞으로 연극을 그렇게 좋아할 것 같진 않지만, 괜히 뉴욕까지 갈 거 없이 미네아폴리스도 이런저런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은 도시라는 거지요. 괜히 뿌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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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스포츠 중에 가장 좋아하는게 뭐냐고 물어본다면, 여전히 농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농구경기장인 Target Center는 그야말로 Minneapolis downtown에 있습니다. 가기도 그다지 어렵지 않은데 그동안 한번도 못가다가, Kurt가 구해준 (뭐 날 위해 구해준건 아니지만...어쨌든) 공짜 티겟 덕분에 드디어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티켓은 Brand Enterprise의 Director인 Dave Hopkins가 가끔 애들한테 뿌리는 건데, 그동안 항상 Dave한테 친한척 하는 친구들이 가져가곤 했답니다. 하지만 이번엔 왠일로 전체 CBE 멤버들에게 '나 공짜표 4장 있으니 가져갈 사람 와라' 고 메일을 보내서, 거기에 Kurt가 원래 마누라랑 같이 갈려고 두장 받아놨던 것이죠. CBE는 Timberwolves와 여자 프로농구리그인 WNBA팀인 Lynx 에 대한 프로젝트를 많이 해서 그런건지, Dave Hopkins 가 그쪽에 튼튼한 connection이 있어서 그런건지 농구표가 자주자주 들어온다고 합니다. (실제로 농구장에서 우리 맞은편에서 혼자 앉아서 경기를 보는 Dave를 발견했습니다) 어쨌든 표는 그런데, Kurt 마누라인 Erica가 '할일도 많고 이래저래 가기 싫다' 해서 제가 대타요원으로 들어 간 것이지요. 대학교 미팅할때부터 참 남의 대타 잘 뛴다는...

어쩄건간에, 경기는 Timberwolves와 Toronto Raptors간의 경기입니다. 둘 다 무지 하위권 팀이지요. Wolves는 Al Jefferson이 그나마 프렌차이즈 스타의 역할을 하고 있고, Raptors의 스타라면 그나마 Chris Bosh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이번 경기엔 그 둘도 부상인지 다 안나왔습니다. 이래저래 구경거리 없는 경기겠으나, 중요한 건 공짜표가 무려 $125짜리 였다는 거지요. 거의 경기장 옆에 딱 붙어서...는 좀 그렇고, 한 6번째 줄 정도에서 앉아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앞으로 NBA경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기회가 과연 있을까 싶네요. 경기는 양쪽팀 모두 끔찍하게 못했으나, 단지 'NBA경기를 가까이서 본다'는 사실 만으로도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앉은 자리의 view를 잘 나타내주는 사진이라 하겠습니다. 경기장 모서리 쪽이긴 하지만, 거의 머 경기장 바로 옆과 진배 없는 자리입니다. 미네소타 $125 짜리 티켓이면 시카고면 한 $500 정도일듯. 그리고 실제로 농구경기를 가까이서 보니까 제 생각보다 스피드가 그다지 빠르지 않더라구요

 



팀버울브즈의 작전타임입니다. 연초에 감독을 딱 자르고 사장 겸 감독이 된 왕년의 보스턴의 명 센터이자 미네소타 대학 출신인 케빈 맥헤일 감독(감독인지 감독대행인지...)입니다. 루키 케빈 러브의 등짝이 보이는군요. 이날도 정말 끔찍한 경기력을 보여준 팀버울브즈였습니다. 토론토한테도 지더라구요.답이 없다는...






classmate중 한 명으로, CBE vibramat project도 같이 했던 Alicia와 남편(Ben이던가) 입니다. 결혼은 지난 여름에 했던듯.







Kurt와 한방. Alicia가 자꾸 웃으라 카여 어색한 급방긋을 보여줬습니다. 거리가 가까우니 거의 셀카같네요.


어쨌든 이제 NBA도 와 봤으니, 이제 남은건 NHL(아이스하기) 와 마이너리그 야구경기 정도일텐데, NHL은 오히려 이동네 팀인 Minnesota Wild가 인기팀인지라 표 구하기 어렵다고 하고, 또 제가 관심도 별로 없어서 앞으로 갈 수 있을까 의심스럽긴 합니다. 대신에 마이너리그 경기는 꼭 갈 꺼구요. 시간도 얼마 안남았는데, 나가서 할 건 많은데 오늘은 거의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네요. 이러면 안되는데....(하지만 어제밤에 하두 눈이 많이 와서 그냥 집에 있었던 것도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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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은 음력으로 우리 어머니 환갑날이시자 2009년 슈퍼볼이 열리는 날입니다. (동시에 호주오픈테니스 남자단식 결승도 열립니다) 올해 미국경제가 매우 침체되는 상황에서 열리는 슈퍼볼인지라, 평년보다는 다소 작은 규모로 열리는 듯 했습니다만 각종 기업 스폰서가 들어가는 행사들이 줄어들었고 경기는 그대로 열리는 것 같습니다. 경기도 경기이지만, 저는 아무래도 슈퍼볼 중간중간에 나오는 광고들에 눈과 귀를 쫑끗할거 같습니다만... 인터넷으로 보니까 현대가 메인스폰서 쯤의 위상으로 광고를 한다는 뉴스가 있더라구요. 물론 우리나라 뉴스이지요, 얘네들은 그런거에 하나도 관심이 없습니다. Assurance라는 신기한(??) 프로모션을 하고있는 현대로써는 어쨌든 잘 된 거 같네요.





위에서 발랄한 점프를 하고 있는 사람(86번) 이 바로 하인즈 워드입니다. 위 사진이 바로 예전에 슈퍼볼 MVP를 딸때의 경기장면 이지요. 그리곤 우리나라에 와서 각종 CF도 출연하고, 무한도전도 나갈 뻔 하고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무한도전에 안나왔던듯)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하고 갔었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인즈 워드 하면 '한국계 혼혈아, 운동선수(무슨운동인지는 잘...), 미식축구, MVP, 한국인엄마, 효자, CF모델' 등등등으로 알고 있겠지요. 저도 물론 그렇습니다만. 근데 이거 빼고는 도대체 뭐 때문에 갑자기 나타난 이 양반이 유명해진건지, 진짜 미국에서는 유명하기나 한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답니다. 워낙에 미식축구라는게 우리나라에서는 무관심한 영역이니까요.

그럼 과연 '하인즈 워드는 미국에서도 유명한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네. 하인즈 워드는 미국에서도 매우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입니다. 소속팀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첫번째 공격옵션이구요, 우리나라 포탈에서 실컷 떠들듯이 하인즈 워드의 부상이 여기서도 매우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물론 나이도 많고 전성기가 지난 상황이지만, 어쨌든 유명하긴 매우 유명합니다.
다만,
- 엄마가 한국인이네, 한국 혼혈아네 이딴건 여기선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 (혼혈이라는 건 얘네한테는 전혀 뉴스거리도 안되고 - 너무 흔하니까- 게다가 한국계라는건 정말로 무관심한 얘기입니다)
- 하인즈 워드는 방긋방긋 웃는 모습과는 달리 경기에서 매우 터프하다고 합니다. 상대팀에게 부상도 잘 입히고 겁도 많이 줘서 하인즈 워드 하면 이를 갈고있는 팀이 많다고 하네요.
- 이번 슈퍼볼은 전통의 강팀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맨날 꼴찌만 하던 팀인 애리조나 카디널스가 붙습니다. 객관적으로야 강력한 수비를 자랑하는 스틸러스가 우세하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underdog인 애리조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조금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애리조나가 우승하는게 훨씬 드라마틱 하고, 특히 듣보잡-신데렐라-MVP-퇴물-다시 재부활 이라는 인간드라마를 직접 쓰고있는 애리조나의 쿼터백 커트 워너 같은 경우 이런저런 동정표까지 더 얻고있는 상황입니다.
- 내일은 아마도 커트네 가서 슈퍼볼을 같이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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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에 이곳의 NFL 팀인 Minnesota Vikings 경기를 갔다왔습니다. 제일 싼 표를 샀는데 (그래도 30불) 그표는 메트로돔의 가장 뒷자리, 게다가 기둥 뒤더라구요 ;; 어쨌든 잘 보고 왔습니다. 그 경기는 최근 Vikings경기중 가장 한심한 경기였는데, 어케든 Vikings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내일이 플레이오프 첫 경기입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일이 Vikings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일 것이라고 예측을 하지만, 어쨌든 잘 다녀왔답니다.

메트로돔 맨 뒤에서 찍은 사진. 메트로돔은 돔이기 때문에 실내소음이 가장 시끄러운 구장으로 유명하댑니다.

 


경기모습. Fumble이 7개인가 나서 아주 한심하게 졌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주 NY Giants와의 경기에서 겨우 이겨서 지구 1위로 플레이오프 진출~






끝나고 나가면서 한장. 차는 학교에 댔는데 마침 이날이 너무 추워서 진짜 학교까지 걸어기는 길이 너무 멀었답니다.




여기 제가 나가는 교회에서 구역같이 소모임을 정해서 모임을 갖는데, 그걸 '목장' 이라고 부른댑니다. 저번 학기엔 가끔 목장모임을 나가곤 했는데, 다들 좋은 분들이긴 하지만 가급적 교회에서 하는 모임은 나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쨌던간 저번 학기엔 모임에 꽤 갔었지요. 어젠 오랫만에 나가서 만두 빚고 해서 떡만두국을 먹었습니다. 설날에는 목사님 댁에서 가서 떡만두국을 먹고, 1월 2일에는 목장에 나가서 떡만두국을 먹고... 욜해 설은 교회분들 덕분에 떡국을 먹게 되었네요. 



모여서 만두를 빚는 모습. 서울에서도 한동안 안하던 거를 여기와서 하니까 새롭더라구요.






전도사님의 열강을 열심히 듣는 모습.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모습입니다. 전 이런 토론은 패스...옛날 대학교 1학년때 기독교서클에 있던 2학년 선배한테 잡혀서 열나게 제가 아는 얕은 지식으로 한참 떠들던 기억이 새롭네요. 지금 그렇게 하라면 못할거 같은데 말이죠.






전도사님의 둘째딸 지민이. 지민이는 엄마만 좋아해서 낮선 아저씨가 부르면 울거나 주저앉아버린답니다. 지금은 불의의 사고로 앞이빨이 빠져있지만, 언젠가는 커서 이쁜 여학생이 되겠지요?






전도사님의 첫째딸 민서와 지우. 이 두 애기는 나이도 동갑이고, 말도 슬슬 시작해서 서로 잘 놀고 있답니다.






전도사님 댁의 모습입니다. 어두운 실내에서 플레쉬 안터뜨리고 찍다보니 사진들의 느낌이 아주 거치네요. 원래는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더 어울릴텐데 (어두워서 ISO1600모드로 찍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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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들!

2008. 12. 31. 13:17 from Mpls & St. Paul

요즘은 하루하루를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마침 딱히 불러주는 곳도, 부를 사람도 별로 없어서 - 그동안 방학땐 항상 돌아다녀서 몰랐는데, 가만히 트윈시티에 있으니 참 심심한 생활이네요 - 무료한 생활을 나름 즐기고 있습니다. 예전에 빡센 회사생활 중에, '아 한달정도만 어디 깊은 산속에서 책보고 운동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이 딱 그거네요 ㅎㅎ 진짜로 책보고, 음악듣고, 영화보고, 운동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가끔 쇼핑도...) 혼자있는걸 안좋아하지만, 또 막상 즐기려고 하니까 나름의 재미가 있네요. 

오늘은 요 며칠간 본 영화들에 대해 애기하려 합니다. 딱히 요즘엔 다운받아서 볼 만한것도 마땅치가 않아서, 이리저리 뒤지다가 본 것들입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Last Tango in Paris)
[ LAST TANGO IN PARIS POSTER ]
- 야하고 변태적이고 외설적이라는 이유로도 유명한 70년대 영화입니다.제가 좋아하는 영화인 '마지막 황제'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로, '인간의 외로움을 그렸다' 는 설명에 동감이 가는 것도 없는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죄다 동감이 가지도 않네요. 주인공은 여관(호텔?) 주인인데, 부인의 정부도 함께 여관에 있었지요. 부인을 꽤 사랑했던 이 남편은 부인의 외도를 참기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꾹 참고 살아왔는데, 엉뚱하게 부인이 자살을 하고 맙니다. 그동안 남편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대로 부인이 자살을 하자 세상의 부조리함을 못참고 폭주하게 됩니다. 사람간의 그 무엇도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그저 middle of nowhere에서 nobody로 살아가고 싶어지는 거지요. 이름도, 추억도, 인간관계도 모든 것이 부질없고 막 낭떠러지로 달려가는 뭐 그런 거랄까요. 그런 막장 행보에 비교적 군말없이 따라와 주는 젊은 여자에게 마지막에서야 마음을 열어보지만 그 순간 총알이 박히면서 끝나버립니다. 그리고 그 젊은 여자는 주인공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버리게 됩니다. 어짜피 이름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존재가 없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요.

뭐 대강 이런 식인데, 주인공인 '말론 브란도'는 항상 뭐라고 중얼거리거나 화내거나 둘 중의 하나의 모습이고, 중얼거릴땐 저게 불어인지 영어인지도 구분 안되고, 왜 모든 등장인물이 제정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나옵니다. 그 누구도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이 없네요. 중간에 자살한 부인의 정부와 말론 브란도가 얘기하는거 정도가 멀쩡해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두 사람은 그다지 멀쩡할 사이는 아니지요. 제작 당시에 일부러 이슈가 되러고 만든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너에게 나를 보낸다' 는 장선우 감독의 영화가 있었지요. 비슷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 NO COUNTRY FOR OLD MEN POSTER ]
- '완벽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게 절절히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장면 하나, 대사 하나가 세밀한 계산 하에 만들어진 거 같네요. 그러한 '완전함에 대한 노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에 대한 가치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줄거리를 얘기해라 하면 의외로 간단한데 - 텍사스의 촌사람이 큰 돈을 줍습니다. 그 돈을 찾아다니는 살인청부없자가 이사람을 쫓아다닙니다. 이 사건을 쫓는 보안관은 사건 해결보다는 사건 해설을 뒤에서 하고 다닙니다. - 이게 다인듯 하네요. 하지만 장면마다의 내용은 훨씬 복잡합니다.
일단 '돈가방을 들고 튀는' 모스란 양반. 돈가방을 보는 그 순간 그는 이후에 일어날 복잡한 일들에 대해 대부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돈가방을 집어들지요. 그 상황에서 그는 그럴수밖에 없었고, 그래야 했고, 그러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동화책처럼 '이런 이상한 큰 돈을 주우면 큰 화를 당할꺼야. 모른척 하거나 경찰에 신고해야지' 같은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그가 무슨 '운명론자'도 아닌듯 보이지만 그저 자기앞에 주어진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저런 게 진짜 인생의 모습이겠지요. 모스는 자신의 처한 상황을 매우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나름 그 상황에 최선의 대처를 합니다. 그리고 결과는 아주 엉뚱한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것도 역시, 진짜 인생의 모습이겠지요.
그다음 모스를 쫓는 겁나 웃기게 생긴 '안톤 쉬거' 라는 인물. 다크나이트의 조커에 약간 가려서 엄청난 이 캐릭터가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아주 흥미있는 캐릭터임은 분명합니다. 그는 무조건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원칙은 다름아닌 '동전던지기' 로 앞뒤면이 나옴에 따라 움직이는 건데, 세상일도 모두 그러한 절반의 '무의미한' 확률들로 이루어지며, 어짜피 모든 세상의 일들이 동전의 앞뒤면이라면 모든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부질없는 거고, 그렇다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도 없게 됩니다. 그는 칼같이 자신의 신념 혹은 믿음을 지키는 사람을 대변한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그는 거의 완벽한 살인청부업자입니다. 감정도 완벽히 제어하고, 신체적으로도 튼튼하니 흠잡을데가 없겠지요. 그다지 자신의 일을 즐기는 거 같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거 같지도 않습니다. 그저 신념(동전의 앞뒤면)에 찬 인물일 뿐이지요. 그를 가장 잘 표현하는 한 마디 - '그는 유머감각이 없어'.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신념도 별 거 없다는걸 막판에 보여줍니다. 이쯤되면 이것도 나름 유머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마지막 보안관. 그는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는 충분히 이 복잡한 사건을 꾀뚫는 지혜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은퇴' 하는 거 뿐이였지요. 게다가 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굉장히 무력해 보이거나, 혹은 염세주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그다지 염세적이거나 시니컬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심한 남부 사투리를 쓰고 있는데, 놀라운 건 안톤 쉬거는 스페인 배우고 모스 부인은 스코틀랜드 배우랩니다.

파고(Fargo)
[ FARGO POSTER ]
- 대놓고 미네소타를 다룬 이 영화를 인제야 처음 봤네요. 유명한 영화긴 한데, 미네소타에 사는 저로써는 계속 킥킥거리면서 봤습니다. 뻥뻥 터지는 웃기는 영화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웃기려고 만든 영화임이 분명하네요. 살인이 계속 일어나지만 영화 어느 부분이건 전혀 진지하거나 심각하지가 않습니다. 이 영화가 1996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미네아폴리스는 크게 변하진 않은거 같네요. 단지 거슬리는 게 있다면 사람들의 말투인데, 이상하게 oh yeah를 많이 얘기하고 이상한 Midwest 사투리를 쓰는데 전 그런 말투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Minnesota Nice를 보여주는 영화네요. 이동네 사는 사람이라면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인거 같습니다. 특히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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