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Ball

2009. 6. 18. 12:19 from Mpls & St. Paul

<머니볼>

2009.06.15
글. 강명석 (two@10asia.co.kr)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야구를 시도한다. 기존의 야구 전문가들은 더 세게 던지고, 더 빨리 던지고, 더 잘 잡는 선수를 선호한 반면, 빌리 빈은 그런 것들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대신 그는 철저한 통계를 바탕으로 타자가 얼마나 끈기 있게 볼을 보고 공을 골라내는가, 투수가 얼마나 삼진을 많이 잡아낼 수 있는가 같은 것들에 주목했다. 그가 단장으로 부임한 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2000년대 내내 뉴욕 양키즈의 1/3 정도의 연봉으로 플레이오프에 꾸준히 진출하는 강팀이 됐고, 출루율과 장타율, 그리고 그 합산인 OPS처럼 그가 중요시한 몇몇 통계들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수치들이 됐다. 빌리 빈은 기존의 전문가들이 경험과 관행, 혹은 권위 등으로 만들어낸 모든 야구 이론을 의심한 뒤, 과학적인 증거 수집과 증명의 과정을 통해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그래서 <머니볼>의 부제는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이고, 야구계를 넘어 미국 사회 전체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우리는 흔히 ‘현장 전문가’들의 말을 지나치게 쉽게 믿는다. 물론 그들이 일반인들보다 많이 아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직접 확인해보지 않는 이상, 그들의 말이 정답일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들의 말은 진실일 수도 있지만, 때론 관행에서, 한정된 경험에서, 혹은 이해관계에서 한 것일 수도 있다. 한 정치가가 우리나라의 빈부격차가 줄어들었다고 말할 때, 그것이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이지 확인하지 않은 채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특히 <머니볼>에서 빌리 빈의 이론에 토대를 제시해준 것 역시 기존 전문가들이 아니라 야구를 통계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새로운 마니아 집단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때론 진실은, 그리고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현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대중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의심하고, 증명해라. 그러면 세상은 ‘관행’과 ‘경험’과 ‘권위’로 움직이던 시절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



일단 우리나라에 변역본이 있는지 잘 몰랐으나, 야구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을 들어봤을법한 책인 '머니볼'을 지금(이제서야!) 읽고 있습니다. 뭐 그렇게 읽기에 쉬운 책은 아니네요 - 종종 어려운 단어들과 표현이 퍽퍽 튀어나와서 - 내용은 대강 아는 그대로입니다. 이 책의 핵심은 '기존의 질서를 새롭게 보기' 가 아닐까요? 좀 더 generalizing하게 주제를 본다면 말이지요. 물론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어려우나, 다른 어떤 일들도 기존의 관행과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법으로 분석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겠지요. 뭐 여기까지만 보면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으나.

이 책의 본 주제인 '야구'만으로 좁혀서 본다면 현재 오클랜드의 성적이 그다지 좋지도 않고, 책에도 나오는 머니볼의 수제자 폴 디포데스타는 다저스의 GM으로 옮겨가서 1년만에 짤립니다. 내용도 좋지 않게 짤렸는데, 머니볼 한답시고 다저시 가서 양키스 뺨치는 머니게임을 했던 것이지요. (폴 디포데스타가 선구안이 그렇게 않좋은 최희섭의 후원자였다는 사실. 디포데스타가 GM에서 짤리면서 최희섭도 아웃되엇지요)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보편화된 세이버매트리션들이 이런저런 공식들로 야구를 객관화시키는데, 이런 노력들이 '진짜 옳은 길' 인건지 '새로운 시도' 여서 의미가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새로운 시도여서 가치가 있다면, 세이버매트릭스가 한물 간 tool이 되는 시점에서는 이 방법론을 또 버려야 하겠지요.


Posted by chxng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