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추수감사절 전에 마지막 연휴이자, 학기 시작 전의 마지막 연휴입니다. (MBA는 한달여 빨리 시작했지만, 원래 fall semester는 9월 4일부터 공식 시작) 저번에 팀원 중 하나인 Kurt가 자기는 연휴에 Notre Dame 대학 풋볼 보러 갈 꺼라고 하면서, 나한테 같이 가지 않겠냐고 하길래 나는 좀 생각해보겠다고 했지요. 전 왠만한 스포츠를 다 좋아하는데 (both playing and watching), 미식축구는 잘 모르죠. 구경하는건데 뭐 별거 있겠냐 싶어서 그냥 '그래 같이 가자' 그랬는데 이게 생각보다 작은 일이 아니더만요.

Notre Dame대학은 우리나라에 잘 안 알려진 대학 같은데(저도 잘 모름), 미국 midwest 지방에서는 꽤 명문으로 소문난 대학이라고 합니다. 카톨릭 계열의 학교로 공부를 빡세게 시킨다고 하네요. (서강대네효) 또 하나 유명한게 있다면 바로 풋볼이라고 합니다. Notre Dame Football Team의 인기는 전국구라 하며, 경기가 있을 때는 학교 전체가 매달린다고 합니다. Kurt의 설명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athlete product brand로 가장 인기가 있었던건 Chicago Bulls, NewYork Yankees, Dallas Cowboys, 그리고 Notre Dame college football team이라고 하네요.

Kurt는 undergraduate를 바로 이 Notre Dame에서 finance major로 했다고 합니다. football도 보고, 친구들이 다 같이 모여서 본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그런가부다 했는데...Twin Cities에서 Notre Dame까지는 차로 8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기껏해야 젤 멀리 가본게 5시간 거리(부산) 이라 카니까, Kurt는 자기 약혼녀는 오클라오마에 사는데 거긴 13시간 걸린다고, 8시간은 껌이라는 듯이 얘기하네요.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가보자' 싶어서 금요일날 아침에 Kurt 차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Minnesota - Wisconsin - Illinois - Indiana 로 가는 길이더구만요. 거의 직진만 하면 되는 쉬운 길입니다. 근데 Chicago에서 차가 엄청 막혀서 Chicago에서만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또 거의 다 도착해서는 길을 몰라서 좀 헤멨습니다. 결국 아침 9시에 출발해서 저녁 7시 다되서야 도착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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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rt가 자기 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티 속에 '난닝구'를 입는 훈훈한 한국식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네요.



갔더니 큰 집 2개를 빌려서, 친구들인듯 한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놀고 있더라구요. 남자들은 거의 모두 Kurt의 대학 친구들이고, 여자들은 그 친구들의 wife or girlfriend라고 하네요. 자기네들끼리는 신나서 뭐라뭐라 그러는데 나는 영어도 잘 못하는데다가 그 사람들도 모르니 딱히 할 말도 없더라구요. 게다가 딱히 친절한 친구들도 아닌지라 그냥 다들 자기할꺼 하고 ... 오오 처음엔 진짜 '이곳이 영어 실미도로구나' 싶었습니다. Kurt도 내가 벙쩌하는 듯 보이니까 자꾸 'how are you doing man' 을 물어보는데 뭐 딱히 대답할건 없고... 이래저래 당황스러운 시간. 그러다가 단체로 밥 먹고 무슨 술마시는 게임 - 컵에 맥주를 따라서 마신다음 컵을 엎어놓고 툭 쳐서 똑바로 서면 옆에 사람이....아 열나 단순한데 말로 설명할려니 어렵네용 - 을 했습니다. 역시 게임같은건 말이 필요하지 않네요. 그나마 그거 좀 하다가 술 엄청 마셔서 먼저 자겠다고 하고 휘릭 올라가서 먼저 자버렸습니다. 그동안 계속 늦게자서 피곤했던 데다가, 장시간 운전 + 영어 스트레스 + 맥주 + 다음날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shit한 상황. couch에서 잤는데 엄청 불편하더라구요.

정말 다음날 아침 7시에 깨우더라구요. 눈치봐서 샤워를 언능 하고 - 대강 7~8커플이 있으니 샤워할 사람이 많겠다 싶어서 후딱. 그러나 의외로 사워들을 안하데요. 이런 더러운 새퀴들 - 차를 타고 Notre Dame으로 향했습니다. 숙소에서 학교까지는 한 40분 정도가 걸렸는데 뒷자리에 큰 남자 셋이 타서 답답해 죽는줄 알았습니다.

드디어 Norte Dame 도착. 여긴 Eastern time지역이여서 시간도 바뀌네요. 무슨 주차비를 20$나 받네요. (덜덜) 경기는 3시 30분쯤에 시작인데 도착은 한 9시쯤에 한 거 같습니다. 얘네들은 경기 전에 차 주위에서 먹고 마시고 논다고 하네요. 이걸 tailgating이라고 하는데, bean bag게임 하고, 맥주로 shot gun 하고, bag에 wine 담아서 마시고, cherry bomb 마시고, 아 도착하자마자 술을 엄청 먹어대네요. 저도 shotgun 하고 wine 마시고 이래저래 땡볕에서 낮술마시고 헤롱헤롱. 결국 안되겠어서 차 있는데로 가서 좀 그늘에서 졸다 왔습니다. 30분쯤 졸다가 갔더니 Kurt가 한참 찾았었다고 하네요. (애네들이 남들 신경 안쓰는듯 해도 누가 뭐하는지 다 신경쓴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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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t gun 중입니다. 노란색 티가 저네요.



그리고는 Norte Dame 학교 투어를 Kurt가 시켜줬습니다. 학교가 진짜 카톨릭 학교네요. 큰 예수의 그림이 있는데 이 학교 학생들은 그걸 football's referee의 행동을 본따서 'touchdown Jesus' 라고 부른다네용. 큰 성당이 학교안에 있고, 매우 점잖은 분위기의 학교인듯 했습니다. 물론 제가 간 당일은 엄청난 사람들이 모두 초록색 티를 사입고 아주 난리부르스였지만. 학교 투어를 하고, 나도 같이 초록색 기념티를 사고, 모자를 사고 (이 모자 없어졌어요ㅠㅠ 25불 짜린데) 그 즘에 하두 마셨던 술이 또 확 올라와서 도서관 의자에서 좀 쉬다가 경기장으로 고고싱.

Notre Dame football stadium은 8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 및 alumni들, 그들의 친구들 + 가족들 해서 할아버지할머니 부터 꼬마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상대팀은 Georgia Tech인데, 저랑 Kurt는 GT응원석 쪽에 가까이 앉아서 봐야 했습니다. 우리 맞은편엔 현역 학생들이 초록 티를 입고 응원하고 있는데, 경기 끝날때까지 (한 3시간 걸리는듯) 한번도 앉지 않는다고 합니다. 애네들은 앉아서 보거나 응원석에서 힘든 표정을 하면 '괜히 경기장 오지말고 집에가서 TV중계나 봐라'  고 한다네요. 무서운 넘들. 응원전 보고, marching band보고, cheer leaders 보고, 룰은 잘 모르지만 경기도 보고, 같이 응원도 하고, 다만 그 햇빛덕분에 redneck이 되어 버렸습니다. 팔과 얼굴이 씨뻘개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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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장입니다. 사람 많고 크지만, 비교적 시야 트이고 선수들도 잘 보이네요. 대신에 관중석에 등받이는 없네요



이날 경기는 Norte Dame이 33:3으로 졌습니다. Kurt는 'it's the worst game of Norte Dame I've ever seen' 이라며 여러번 얘기했습니다. 딴 학교 애들은 tailgating이나 하고 놀지만 Norte Dame 학생들은 경기의 승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원래는 이기면 파티를 하다가 집에 가는데 졌기 때문에 바로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하네요. 진짜 경기 전까지만 해도 신나서 죽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경기가 지자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ordinary Americans'가 되어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아무도 요리를 하긴 싫으니 피자를 시켜 먹고, 밤에는 남자애들끼리 포카를 햇습니다. 한국에서 잘 하는 7 card stud가 아니라 Texas Holdum인데, 룰도 모르고 해서 금방 오링나 버렸네요. 남자애들끼지 포카치는 모습은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긴 한데, 다른점이 있다면 betting을 참 쪼잔하게들 해서 절대 끝날 꺼 같지 않게 하네요. 그리고 중간에 오링난 사람을 껴주지 않네요. 그냥 구경하다가 잤습니다.

일요일 아침, 샤위를 휘리릭 하고 귀가 준비를 했습니다. Kurt친구들은 하루 더 있다가 가라고 했다는데 몸 컨디션도 하두 'passed out' - 맛탱이가 갔고, 또 엄청 쌓여있는 숙제 때문이라도 집에 가야 했습니다. 차도 안막혀서 생각보다 일찍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Kurt 말로는 내가 첨엔 벙쩌있다가 나중엔 participation도 잘 해서 - 술 주면 마셨단 얘기겠지요 ; - 애들이 impressed하게 생각했다고 말해주더라구요. (근데 솔직히, 남에 친구들이 노는데에 껴서 있는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뻘쭘한 일이지용) 뭐 그랬다면 다행이고, 아니라도 상관없으니 말고^^.

하여튼 미국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었네요. 또 다른 팀원 Alex가 적극 추천했었는데, 이유를 알 거 같네요. 엄청난 맥주와 junk food의 융단폭격, 차가운 영어 실미도, 룰도 잘 모르는 미식축구 - 가장 극한 상황에서의 American culture experiences 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즐거웠네요. 결과만 좋으면 됐지요 머. 데려가서 고생한 Kurt 에게 쌩유.

ps. Notre Dame 대학 football team을 배경으로 한 'Rudy'란 영화가 있다고 하네요. 원래 그걸 차타고 가는길에 노트북으로 볼려고 했는데 실패. 나중에 틈나면 봐야할듯.




Posted by chxng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