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아폴리스 다운타운 근방에 있는, 아주 희한하게 생긴 위의 건물이 바로 Guthrie Theater라는 연극 전용 극장입니다. 쟝 누벨이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위의 건물은 겉도 멋있고, 속도 멋있고, 안에서 본 미네아폴리스 경관도 멋있는 곳이라 해서 언젠가는 한번 가 볼려고 했었는데 오늘 밤에 갔다 왔네요. Kurt와 Erica, 그리고 Kurt 친구인 Dupee와 여친 Britni 합쳐서 다섯명이서 Guthrie Theater에서 공연하는 Two Gentlemen of Verona라는 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연극 쪽에는 거의 관심이 없기 때문에 무식하지만, Two Gentlemen of Verona - 베로나의 두 신사 - 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라 캅니다. 베로나의 두 신사가 사랑이냐 우정이냐 뭐 그런 주제를 가지고 하는 연극인데, 배경을 1950년대 미국으로 바꿔서 진행됩니다. 특이한 점은 연극 전체가 하나의 라이브 TV 쇼처럼 진행이 되며, 두 대의 1950년대 풍의 카메라가 배우들의 연기를 진짜 TV 드라마처럼 보여줍니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연기도 보면서 화면에 비친 TV쇼도 같이 보는 셈이지요. 물론 대사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대사이기 때문에 거의 다 못알아듣게 되며 - Erica도 하나도 못알아듣겠다고 짜증을 냈답니다 - 대강의 내용을 눈짐작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잘 알아듣지도 못했기 때문에 중간중간 좀 힘들었지만 (쉬는시간 포함해서 3시간짜리 연극) 어쨌든 간만에 본 연극이라 최대한 재미있게 보려고 노력했답니다 ^^. Kurt는 자기는 셰익스피어 희곡을 읽는 걸 좋아한다면서, 이런 류의 연극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영어권 애들한테 셰익스피어는 당연히 읽어야 할 클래식이겠지요. 영문학에 관심이 3g도 없는 내가 봐도 모든 대사를 시로 만들어버린 셰익스피어는 정말로 대단하고, 그 장황한 표현들이 처음엔 거북하지만 계속 보다보면 이건 뭐 천재도 이런 천재가 없구나 싶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구 보니 마지막으로 본 연극스런 것이 2005년 연대 노천극장에서 본 '한여름밤의 꿈' 이였더라구요. 대학교 1학년때(1995년!!) 본 한여름밤의 꿈이 되게 재미있어서 2005년 다시 갔던건데, 2005년꺼는 무지 재미없었습니다. 연대 축제때 동문들이 5년마다 모여서 하는 연극인데, 무릇 대학생이라면 애인 데리고 한번 쯤 가 볼만한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2005년처럼 재미 없다면 좀 그렇겠지만.
 


다시 Guthrie Theater로 돌아가서, 여긴 진짜 연극만을 위한 (뭐 가끔 다른것도 하는 거 같지만) 공연장이라 합니다. 안에도 죄다 연극과 관련된 것들로 꽉 차있는데요, 사진기를 가져갔으나 이래저래 하여 직접 사진은 한장도 못찍고 왔습니다. 안에 식당도 있고 건축물 투어도 있으니 한번정도 더 가볼만한 곳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보는 미네아폴리스의 야경도 참 감칠맛 나더군요. 이 건물은 모 잡지가 뽑은 21세기 최고의 건축물 탑 10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저 앞으로 툭 튀어나온 곳도 특이하고, 건물 전체가 어떻게 보면 장난친 습작을 진짜로 만들어버린 것 같은 느낌마저 갖게 합니다. 참, 미네아폴리스는 뉴욕의 브로드웨이 못지 않은 연극의 도시라고 하네요. 앞으로 연극을 그렇게 좋아할 것 같진 않지만, 괜히 뉴욕까지 갈 거 없이 미네아폴리스도 이런저런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은 도시라는 거지요. 괜히 뿌듯하네요.


Posted by chxngx :